오진 사고 부추기는 응급실 진료체계

입력 2017-11-16 21:15  

현장에서

밤 시간 CT·MRI 판독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없어
응급의료 질 높이기 위해 적절한 보상체계 마련해야



[ 이지현 기자 ] “어느 늦은 밤 응급실에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왔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했지만 별다른 이상을 찾지 못했다. 통증 부위에 수포가 있어 대상포진 치료를 한 뒤 돌려보냈다. 며칠 뒤 우연히 CT를 본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대장암 말기라고 했다. 이미 돌아간 환자를 다시 찾아 알릴 수도 없었다. 전문의가 없어 환자가 제대로 진단받지 못한 셈이다.”

대한영상의학회가 최근 개최한 ‘세계영상의학의 날’ 기념 심포지엄에서 의사들은 “응급실 의료 질을 높이기 위해 밤 시간 근무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판독하는 의사다. 응급 외상 환자가 발생했을 때 실시간 영상을 확인하면서 가느다란 관 등을 활용해 치료하는 인터벤션 시술도 한다.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은 전체 외상 환자의 30% 정도를 인터벤션으로 치료할 정도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사고를 당하거나 갑자기 몸이 아파 응급실을 찾으면 CT MRI 등의 검사를 받는다. 하지만 응급실을 운영하는 국내 병원 중 밤 시간대에 영상의학과 의사가 진료 대기를 하는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 당직을 서고 있던 다른 과 의사가 검사 결과를 판독한다. 증상이 심한 환자가 왔을 때는 병원 밖에서 전화대기(온콜) 당직을 서는 영상의학과 의사에게 자문하는 정도다.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24시간 병원에 대기하는 곳은 삼성서울병원이 유일하다. 건강보험에서 진료 수가를 제대로 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수익이 나지 않는 응급실에 자발적으로 예비 인력을 충원하는 의료기관도 많지 않다. 박찬용 부산대병원 외상센터 교수는 “중증 응급환자가 많아 인터벤션 의사가 꼭 필요한 외상센터조차 인력이 부족해 두 명의 영상의학과 의사가 이틀에 한 번씩 온콜 당직을 선다”며 “밤 시간 응급실에서 판독과 인터벤션을 함께 하는 의사를 양성하고 이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의사들은 응급실에서 영상의학과 의료진이 실시간 판독을 하지 않아 다양한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영상 판독 결과가 나와야 환자 치료 결정을 하기 때문에 진료가 늦어지는 일이 많다. 혼잡한 응급실을 더 혼잡하게 하는 원인이다. 환자 질환을 잘못 판단하는 오진 사고도 생긴다. 응급실에 대한 불만을 키우는 원인 중 하나다. 응급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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